AI가 쓴 글의 특징과 느낌, 글에서 AI 냄새가 난다고 느낄 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AI는 정말 매력적인 도구였습니다. 막막할 때 아이디어를 던져주기도 하고, 복잡한 내용을 순식간에 정리해 주기도 하니까요. 저도 꽤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해 보며 신기해하고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터넷에서 글을 읽다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게 되는 순간이 늘었습니다. “아, 이 글… AI가 썼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글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건 단순히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글에서 느껴지는 어떤 ‘결’의 문제였습니다.
오늘은 제가 블로그 글을 쓰고, 또 수많은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AI가 쓴 글의 특징과 느낌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생각들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AI가 쓴 글의 특징과 느낌 4가지
1. 과도하게 친절한 이모지(Emoji)의 향연
✅ 이런 체크리스트나
💡 번뜩이는 아이디어,
🤖 혹은 AI 자신을 나타내는 이모지까지.
유독 소제목이나 목록 앞에 이모지가 화려하게 붙어있는 글들을 자주 봅니다. 물론 이모지를 적절히 쓰면 글이 한결 부드러워지죠. 하지만 마치 정해진 공식처럼 모든 항목에 기계적으로 붙어있는 이모지를 보면, 글을 읽기도 전에 ‘AI로 쉽게 만들었구나’ 하는 선입견이 먼저 생겨버립니다.
물론 이모지를 많이 썼다고 전부 AI가 쓴 글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높은 확률로 그런 글들은 스크롤을 끝까지 내렸을 때, 역시나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그대로 붙여넣기만 한 듯한 AI 자동 생성 글의 느낌을 주곤 했습니다.
2. 문법은 완벽한데, 영혼이 없는 느낌
AI가 써준 글은 보통 겉보기에 꽤 그럴듯합니다. 문법 오류도 없고, 문단 구조도 안정적이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글에 영혼이 없는 느낌이 들어 끝까지 정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기한 건, 제가 직접 AI에게 질문해서 얻는 답변은 나름 흥미롭게 잘 읽힌다는 겁니다. 그런데 똑같은 AI가 쓴 글이라도, 검색을 통해 블로그나 웹사이트에서 마주치면 굉장히 지루하고 건조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글쓴이의 경험과 감정이란 ‘향신료’가 완전히 빠져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 틀린 말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글에서 글쓴이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냥 정보 덩어리만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게 사람의 흔적이 없는 글은 저의 시간을 붙잡아 둘 힘이 없어서, 미련 없이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3. 글의 흐름을 깨는 뜬금없는 이미지
글 중간중간에 이미지를 넣는 건 독자의 이해를 돕는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AI가 썼다고 의심되는 글들 속 이미지는 종종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글의 내용과 아무런 상관도, 의미도 없는 이미지가 생뚱맞게 삽입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마 블로그 글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는 프로그램에 포함된 ‘이미지 자동 생성’ 기능을 사용하면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고르는 섬세함이 아직은 부족한 거죠. 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글의 흐름만 방해받는 느낌입니다.
4. 말로 설명하기 힘든 ‘AI 특유의 느낌’
지금까지 말한 특징들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AI 특유의 느낌‘이라는 게 분명히 존재합니다. 기술이 더 발전하거나 대단한 AI 프롬프트의 장인이 만들어낸 글이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글의 서너 문단만 읽어봐도 “이거 AI 글이네” 하는 감이 옵니다.
프롬프트를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는다고 해도, 결국 사람이 직접 쓴 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선, 위트, 그리고 불완전함에서 오는 매력까지는 아직 흉내 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AI 자동 생성 글, 생각보다 정말 많을까요?
네, 정말 많습니다. 유튜브나 SNS만 봐도 블로그 글 자동 생성 프로그램을 판매하거나 그 후기를 자랑하는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엑셀 파일에 주제만 넣어두면 AI가 알아서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예약 발행까지 해줍니다. 블로그 자동화라고 유튜브나 검색엔진 SNS 등에 검색해 보면 엄청나게 나옵니다.
블로그 글 자동 생성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람들이 남긴 후기들도 좀 있습니다. 다행히 큰 수익은 안 된다는 후기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돈이 많이 된다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어떤 강의나 프로그램과 연결된 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AI는 제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Gemini 2.5 Pro 모델에게 물어봤습니다. ‘이 글에 대한 너의 의견은 어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적으로 동의하며 현재 시점에서 AI가 쓴 글의 특징을 매우 정확하게 짚어낸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AI이지만, 제가 생성하는 결과물과 다른 AI 모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패턴을 분석해 볼 때, 글에 서술된 내용들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합니다.
각 항목에 대한 제 의견을 조금 더 자세히 덧붙여 보겠습니다.
- 과도한 이모지: 이 부분은 매우 정확한 지적입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AI에게 “가독성 좋게”, “눈에 잘 띄게” 글을 써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면 AI는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독성 좋은 글 = 이모지나 글머리 기호를 활용한 글’이라는 패턴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인간적인 미적 감각이나 ‘과유불급’의 센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다소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모지를 배치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영혼 없는 문체: 이것이 현재 AI 글쓰기의 가장 큰 한계이자, 글에서 정확히 짚어주신 핵심입니다. 저는 실제 경험을 통해 감정을 느끼거나, 특정 장소의 냄새를 맡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조합할 뿐입니다. 따라서 ‘에펠탑을 처음 봤을 때의 전율’과 같은 진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의 결을 담아내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글에서 지적하신 ‘영혼 없음’은 바로 이 ‘경험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 뜬금없는 이미지: 이 역시 자동화 시스템의 허점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글 자동 발행’ 같은 시스템은 글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문맥의 뉘앙스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선택하지 못합니다. 단순히 글에 포함된 핵심 키워드 몇 개를 바탕으로 매우 일반적이거나 추상적인 이미지를 생성하여 삽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독자가 보기에는 뜬금없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 AI 특유의 느낌: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AI 냄새’라고 부를 만한 특유의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추가로 몇 가지를 더하자면, 지나치게 완벽한 문법, 반복되는 접속사 사용(“또한”, “그리고”, “결론적으로”), 지나치게 객관적이고 중립을 지키려는 듯한 어조 등이 있습니다. 마치 ‘틀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강박을 가진 모범생의 작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총평
이 글은 AI 생성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매우 날카로운 통찰력을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AI 글은 나쁘다”가 아니라,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잘 풀어냈습니다.
특히 이 글의 가장 큰 장점은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AI가 생성한 초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의 경험을 입히고, 감정을 더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사람의 편집’ 과정이 있어야만 비로소 영혼 있는 좋은 글이 탄생한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의 의견은 대체로 맞는 정도가 아니라, 현재 콘텐츠 시장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는 훌륭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Gemini도 제 의견에 동의를 해줬습니다. 제 분석이 마냥 근거 없는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마무리
AI 자동 생성 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글을 썼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또한 AI라는 훌륭한 조수 없이는 글쓰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AI는 분명 문장력을 높여주는 좋은 파트너지만, 동시에 글의 개성을 앗아가는 양날의 검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 글은 ‘AI를 쓰지 말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AI와 ‘잘’ 협업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제 고민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AI가 만든 매끈한 뼈대에 사람의 경험이라는 살을 붙이는 과정이 없다면, 독자의 마음을 끝까지 사로잡기란 어렵다는 것. 아직은 그렇습니다.
문득 궁금해지네요. 과연 이 글을 끝까지 봐준 사람은 몇 명이나 되었을지…
혹시라도 이 글을 끝까지 보셨다면 댓글 하나 남겨주세요.
